『황금 노트북』은 안나 울프(Anna Wulf)에 관한 이야기이자 동시에 안나가 쓰는 이야기이다. 소설은 주인공이자 작가이면서 동시에 서술자의 역할을 하는 안나 울프의 의식세계를 파헤치고 있다. 안나의 의식은 ‘검정 노트북’, ‘빨간 노트북’, ‘노란 노트북’, ‘파란 노트북’ 네 권의 노트북과 내부의 ‘황금 노트북’ 그리고 ‘자유로운 여자들’간의 시공간을 오가며 전개된다. 처음 네 권의 노트북은 서로 화해할 수 없는 안나의 여러 국면을 반영하...
『바람의 열두 방향』에 실린 단편 ‘겨울의 왕’은 『어둠의 왼손』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이다. 어슐러 르귄은 『어둠의 왼손』에서 게센인-양성인간을 시종일관 남성형(he)으로 씀으로써 많은 페미니스트의 비판을 받았다. 이후에 어슐러 르귄은 『바람의 열두 방향』에서 ‘겨울의 왕’을 개정하고, he로 표기됐던 양성인간-게센인을 칭하는 보통명사를 모두 she로 바꾼다. he가 she로 변하면서 어떤 아이의 아버지는 she가 되는 식으로, 여/남이라는 ...
책의 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그 주변의 이야기를 양념으로 얹는다면 더 흥미진진해지기도 하다. 얼마 전 누군가 사드의 『Histoire de Juliette, ou les prospérités du vice 쥘리에트 이야기, 또는 악덕의 번영』을 빌려 달라고 해서 오만 책장을 다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Justine ou Les malheurs de la vertu 쥐스틴느, 또는 미덕의 불행』을 잘못 생각해서 가지고 있다고 한 것인지...
여성해방운동의 성서로 불렸던 『여성과 노동』의 작가 올리브 슈라이너(1855~1920)는 “나는 너무도 지쳐 있고, 미래가 오기도 전에 미래에도 지쳐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 말에 한번이라도 고개가 끄덕여졌다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위안이다. 그가 21세기를 살았더라도 저 마음이 바뀌었을까 싶지만, 그렇다고 미래를 디스토피아로만 단정 짓고 미리부터 끔찍해 할 필요는 없다. 사변소설(Speculative Fiction)은 SF(Scienc...
미래를 향해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을까? 그것이 설사 디스토피아 일지라도 말이다. 『화성 연대기』를 읽어가는 것은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고 과학이 골렘으로 변한 날들과 대면하게 되는 과정이다. 미래가 암암한 과거의 기억처럼 오다 어느 순간에 아긋한 조각들이 맞춰지고 진심으로 나는 화성인이 되는 것이다. "They knew how to live with nature and get along with nature. They didn't t...